[무한도전]13년만에 막을 내리다.


 무한도전이 오늘 끝났다. 시즌1이 끝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상 무한도전 그 자체의 판이 뒤집히는 것이니 시즌1과 시즌2를 같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지막 인사 즈음에 그렇게 말한다. "무슨 시즌1을 13년이나 하냐." 맞는 말이다. 애초에 진작에 시즌제를 고려했을때 시즌제로 넘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이 시즌1의 종영은 그저 무한도전의 종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13년의 시간이 단순히 시간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30년을 살아도 단 1년 만으로 자신의 인생을 말할 수도 있는데 무려 13년이다. 그 사이에 무한도전 멤버들은 좋은 인연을 만나고, 결혼했으며, 자녀를 가졌고 그 모든 순간을 무한도전과 함께 했다. 그들에겐 정말 중요했던 순간들을 평생 간직할 것만 같던 캡슐을 이제 땅에 묻어버리는것과 같은거다. 누구는 튕겨 나가거나 고의로 튕겨나가버렸든간에.


 그래서인지 이변편은 사실 '보고싶다 친구야'편의 라스트 부분은 중요한 내용이 전혀 아니었다. 물론 그 안에 소소한 재미들도 많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것은 그들의 엔딩을 보는것이 아니었을까?



 상대적으로 충성도가 높은 프로지만 그렇기 떄문에 말이 많았던 방송이기도 하다. 많은 기대 떄문에 많은 부담을 안고 해야 했던 예능이고 이미 높아진 기대치 떄문에 다른 예능만큼은 웃겨도 재밌는 예능이란 소릴 듣지 못했던 방송이기도 하다. 유독 무한도전이 심한편이었기 떄문에 출연진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것이라는 예상이 된다.

 



 다른 예능의 종영처럼 질질 짜진 않았지만 다들 복받쳐 오르는 느낌이고 유재석은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니다. 그게 다른 의미로 조금 슬퍼보였다.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미 자신들이 예전만 못하다는것을 본인도 느끼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냥 말 그대로 덤덤했을까.



 저렇게 무한도전을 외치는 자리에 노홍철과 정형돈이 함께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항상 남는다.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이곳의 부담감이 너무 심해서 일부러 복귀를 안한다던 썰도 많았었기 때문에 조금 괘씸하다는 생각도 든다. 결국 무한도전을 하차하고 나서도 자신들의 명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세호와 양세형이 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노홍철과 정형돈이 너무 잘해왔기 떄문에 더 아쉬운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 맞춰지던 멤버들은 항상 노홍철과 정형돈 전성기 시절의 하위호환 느낌인 경우들이 너무 많았기 떄문에... (조세호와 양세형도 충분히 잘했다.)


 


 정말 오랫동안 획기적인 방송이었다. 새로운 포멧, 새로운 자막과 예능의 기획성 모두 천재적이라고 말할만큼 이후에 수많은 예능과 영상물들이 무한도전의 그것을 따래했고 아류작들을 만들어냈다. 보통은 새로운 카테고리가 생기면 따라하는 데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레드오션이 되기 마련이었지만 무한도전은 그런 시장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냈다. 아무리 따라해도 그들만의 originality는 따라갈 수 없었다. 그것 뿐인가? 내가 봐온 예능중에 가장 심지가 곧았고 불합리에 조금이라도 저항하고자 하는 부분들도 많은 시청자들이 해석해내기도 했다. 정말 단순한 남들에게 재미만 주기 위한 예능의 수준을 넘어선 최초의 TV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쨋든, 그들은 박수 칠때 떠난다. 정말 너무 고생했고, 항상 함께 하진 못했어도 너무 감사하다. 무한도전의 레전드 편들은 다른데서도 수도 없이 많이 회자되고 재방송되며 우리들의 입에 오르내리겠지. 


 의외로 무덤덤한 엔딩이어서 내겐 더 특별해보였다. 앞으로 그들의 나날들이 더욱 빛났으면 좋겠다.